길을 걷다가 재미있는 동네 이름을 만나면 문뜩 궁금해지시나요? 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뜻이었을까요? 오늘은 서울 종로, 피맛골의 유래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서울 종로의 ‘피맛골’도 이름만 들으면 쉽게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맛있는 음식점이 모여 있어서 붙은 이름처럼 느껴지지만, 그 시작에는 음식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먼저 있었습니다.
넓고 편한 길을 두고 굳이 좁은 골목으로 다녔던 사람들. 그들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요? 피맛골이라는 짧은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조선 시대의 거리 풍경과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말을 피하던 길이 피맛골이 되었습니다
피맛골의 ‘피맛’은 음식의 맛을 뜻하지 않습니다. 서울미래유산 자료에 따르면, 이름은 말을 피한다는 뜻의 ‘피마(避馬)’에서 유래했습니다. 여기서 말은 사람이 타고 다니던 말을 가리킵니다. 높은 사람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설명을 알고 나면 낯설었던 이름이 한결 쉽게 이해됩니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서는 그 배경이 조금 더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서민이나 하급 관료가 큰길에서 고관대작을 만나면 길가에 엎드려 예의를 표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자주 겪는 것이 번거로웠던 사람들이 큰길 뒤편의 좁은 골목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을 바탕으로 당시 거리를 상상해 보는건 어떨까요? 볼일을 보러 가는데 앞쪽에서 높은 사람이 탄 말이 다가옵니다.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옆으로 지나가기 어려웠다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다른 길을 찾고 싶었을 것입니다. 좁은 골목은 그런 사람들에게 일상의 불편을 덜어 주는 통로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길을 고를 때 거리나 신호등, 교통량을 살펴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누구와 마주치는지도 길 선택의 이유가 되었던 셈입니다. 피맛골이라는 이름에는 신분에 따라 거리에서의 행동까지 달라졌던 시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이름의 유래를 안다고 해서 골목이 처음 생긴 날짜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미래유산 자료에도 건립 시기는 ‘미상’으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시작 시점을 단정하기보다, 어떤 생활 배경에서 이름이 전해졌는지 살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는 골목에 밥 냄새가 더해졌습니다
피맛골은 큰길을 피하는 통로에서 사람들의 생활이 모이는 공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에 따르면, 이 길을 따라 목로주점과 모주집, 장국밥집 등이 들어서며 서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서울미래유산 역시 피맛골을 오랫동안 음식점과 술집이 모여 있던 골목으로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먹을 곳이 생기는 모습은 지금도 익숙합니다. 시장 입구나 역 주변에 식당이 모여 있는 것처럼, 골목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도 배를 채우고 잠시 쉬어 갈 자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피맛골이 음식과 함께 기억되는 이유를 이런 생활의 흐름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따뜻한 국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쉬는 사람, 작은 술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이는 특정 기록 속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음식점과 주점이 모였던 골목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합니다. 길은 사람을 지나가게 하고, 식당은 그 사람을 잠시 머물게 합니다. 그렇게 머무는 시간이 쌓이면 장소에는 저마다의 기억이 생깁니다.
피맛골의 매력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름의 출발은 ‘말을 피하는 일’이었지만, 그 골목을 채운 것은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이었습니다. 이름만 알아보려던 이야기가 한 끼 식사와 휴식, 만남의 이야기로 넓어지는 것입니다.
도시의 역사는 궁궐이나 큰 건물에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작은 식당과 좁은 길도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피맛골은 그런 생활의 역사를 들여다보기 좋은 이름입니다.
골목이 달라져도 이름에 담긴 이야기는 남습니다
오래된 지명을 들으면 그 장소도 옛 모습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피맛골 역시 도시의 변화 속에서 모습을 달리해 왔습니다. 서울미래유산 자료에 따르면, 1974년 지하철 1호선 공사로 남피맛골이 사라졌고, 이후 도심 재개발로 골목 일부와 점포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2012년에는 종로3가에서 종묘 사이 구간의 정비사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생각하면 피맛골을 옛 풍경이 통째로 남아 있는 장소로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래된 길의 흔적과 달라진 건물, 이어지는 이름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그 안의 풍경은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명의 유래를 알아두면 도시를 보는 재미가 커집니다. 그냥 지나쳤을 골목에서도 “왜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뿐 아니라, 그 자리를 지나갔던 사람들의 생활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피맛골이라는 이름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창한 인물의 업적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다른 길을 걷던 발걸음이 오늘날까지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름 하나가 오래전 생활을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가 되는 셈입니다.
다음에 종로를 걷게 되신다면 큰길 옆 골목에도 잠시 눈길을 주셔도 좋겠습니다. 피맛골의 유래를 알고 바라보는 길은 이전과 많이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동네 이름에도 사람들의 사정과 시간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글은 서울특별시 서울미래유산의 ‘피맛골’ 소개 자료와 서울 공식 관광정보 Visit Seoul의 ‘피맛골’ 안내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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